강상헌의 자서전학교...당신의 숨결 세상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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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민주당 김종률 의원이 각종 선거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역 터미널 등 다중통행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자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통합선거인명부 도입 운용의 근거규정 마련, 면적이 넓은 도농복합선거구의 투표소 추가 설치 등의 내용도 담았다고 한다.
 
 투표를 많이 하도록 하여 선출직 공직자들의 대표성을 높이자는 생각은 중요하다. 저조한 투표율을 생각하면 ‘과연 저 인물이 시민의 대표인가’ ‘저런 이들의 집합을 국민의 대의(代議)기관으로 여길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투표를 잘 안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던지 간에 투표율은 높여야 한다. 심지어 투표와 선거는 민주주의와 동의어가 아닌가.
 
 그러나 이번 발의된 법률안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핵심을 비끼고 있기 때문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쉽게 투표소를 찾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낮은 투표율이 투표소를 가기 어려워서, 편의성이 낮아서만 생긴 결과였을까?

 왜 유권자의 책임은 묻지 않는가? ‘기권할 자유’라는 얘기도 들린다. 낮은 투표율 자체가 의사표시라고 냉소하는 이도 있다. 대세(大勢)에 영향을 못 주는 내 한 표 정도야 없어도 그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겠다.
 
 지난 대선(2007년) 63%, 총선(2008년) 46% 투표율 수치는 그 전의 선거에 비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총선에서 30%대의 투표율을 보이는 곳이 20여개 소에 이른다. 최근 들어 벌어지고 있는 교육감선거의 경우 15~20% 정도의 투표율을 보였다.
 
 예상은 더 악화되는 방향이다. 가령 35% 투표율에 35% 득표한 당선자라면 유권자의 12.3%의 지지를 얻은 셈이다. 100명 중 12명의 지지로 ‘대표’가 되다니, 좀 많이 아쉽다 생각되지 않는가?
  
 선거(투표)는 시민의 권리이면서 의무다.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권의 자유라는 ‘주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최선이 없다면 차선(次善)을 고르고, 모두 나쁘다면 그 중 덜 나쁜 쪽을 고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의 얘기지만,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원칙론일 터다.

 중앙선관위은 매번 선거가 끝나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를 만들자는 의무투표제에 관련한 의견을 국회에 낸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크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는 메아리가 없다. 이번 법률안 발의는 이런 생각의 틀에서 보면 좀 뜬금없는 것이다.
 
 저조한 투표율, 물론 시민으로 하여금 정치를 허망하게 바라보게 한 정치가들의 소행이 이제까지 쌓여온 결과도 그 탓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 정치를 고칠 유일한 시민의 의사표시 수단인 투표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망발이다. 이런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나는 시민의 정치의식 부재 또는 왜곡은 치료가 필요한 정도라고 느껴진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벌금이나 사회봉사를 부과하기도 하고, 불참의 이유를 적은 사유서를 제출하게 하는 나라도 있다. 몇 번 연신 투표하지 않으면 선거권에 제한을 두는 나라도 있다. 20여개 나라가 이런 식의 제도를 채택한다. 벌금 액수 등은 심리적 부담을 주는 정도지만 효과는 ‘만점’이란다. 30% 정도 투표율이 의무투표제 이후 90% 정도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매번 투표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의무투표제를 반대할 것이다. 이런 생각 또는 ‘그럴 것’이라는 개연성을 ‘여론’이라고 포장하여 의무투표제 관련 논의를 은근히 막는 분위기가 국회에 없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의무투표제로 새롭게 투표에 참여하게 될 유권자들이 대개 젊은 층일 것이며, 이 계층은 ‘바꿔보자’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현재 국회의원인 자신의 차기 당선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셈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제까지처럼 낮은 투표율의 선거라면 보수 성향의 노장층의 영향력이 커서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며, 자신의 지지기반 구성이 다양하더라도 자신을 뽑아준 현재의 유권자 층을 일부러 나서서 뒤집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 수상한 세월에 한가한 얘기라고 타박하실 이도 있겠지만, 비중 있는 야당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소식에 소회를 적어 보았다.
 
 유권자의 책임을 묻기가 황공해서 정공법(正攻法)인 의무투표제를 피하는 것인가? 필요하다면 (일부)유권자에게 구박을 받을 법안도 내놓아야 한다. 의무투표제의 필요성에 견주면 투표소 가는 길을 편하게 하는 일쯤은 변죽을 울리는 것에 불과할 터다. 누가 제 발등 찍을 일을 스스로 할 것인가, 역사는 그를 기억한다. <에디터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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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 단일화, 생각나는 게 많은 단어다. 김대중 김영삼의 ‘양김’의 사례가 물론 제일 먼저 떠오른다. 지난 재보선의 울산북구에서도 진보정당 간 후보 단일화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가위 바위 보를 해서라도 단일화를 하겠다.”고 했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또한 강력한 의사표명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창현(민노당) 조승수(진보신당) 후보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거의 막판까지 계속됐다. ‘물 건너간 것 아닌가’ 했는데 조승수 후보로 단일화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당선됐다.

 ‘단일화’의 기준은 여론조사였다. 그 여론조사 결과 양 후보 간의 지지율가 워낙 차이가 적었고, 그 시점의 상승세를 확신한 김창현 후보의 반발 가능성도 없지 않았으나 그는 정정당당하게 조승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양당 관계자들 모두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론조사의 가치를 경험한 사례로 기억될 만한 일이었다.

 최근 한나라당의 신진세력 모임인 민본21이 마련한 ‘국회제도개혁 대토론회’에서 무소속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시)이 다음과 같이 발언해 주목을 끌었다.

 “국민들의 여론은 이미 이러저러하게 형성됐는데, 막상 정치적인 결정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조사를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자.”

 ‘국민의 소리에 반응하는 정치’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구체적인 모습일 터인데, 이를 정치권이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대의제(代議制) 민주주의의 현장 적용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 여론조사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활용해 보자는 뜻이다. 인터넷 기술(IT)의 응용도 여론조사의 선용(善用)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론조사는 민주주의 제도를 위해 퍽 유용한 도구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모의투표로 시작되어 1백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 특히 언론이 여론조사를 즐겨 활용한다. 투표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기업의 마케팅에까지 그 활용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거 예측’이 선거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밴드웨곤(bandwagon)효과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우세하다고 알려지고 있는 편에 유권자들이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가설에 토대를 둔 이론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온 이 이론은 아직까지 일반적인 것으로 검증되지는 못했다. ‘심증’은 두터우나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의 두 번째 문제는 정확성이다. 조사방법 등의 기술과 경험의 축적으로 오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만능’ 또는 ‘척척박사’로 여겨질 정도의 신뢰수준에는 크게 미달이다. 미디어나 수용자(독자 시청자)가 여론조사의 결과를 잘못 읽거나 해석을 잘못해서 빚어질 수 있는 소통(疏通)의 오류도 문제다.

 이런 사항들은 ‘일반적인 문제’다. 이 땅의 정치후진적 상황이 생산하는 ‘특별한 문제’도 있다. 이런 사항들이 더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무소속 정수성 후보(득표율 45.9%)가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36.5%)에게 압승을 거둔 경주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는 정종복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신문은 대통령 측근이며 이상득 의원 직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가 공천 직전 청와대를 방문해 정종복 씨의 공천을 논의했는데, 이 인사가 자신과 절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여론조사회사의 (정종복 씨가 10%포인트 이상 이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고 썼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쓴 글로 보인다. 실제로 여러 선거 현장 등에서 언급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발주자(發注者) 측의 요구가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된다는 식의 얘기는 너무 흔하다. 여론조사회사들의 운영 실태나 직업적인 윤리의 수준도 따져 봐야 할 부분이다.
 
 여론조사를 선용하기 위해서는 전제나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 이제 운전하다 접촉사고가 났을 경우 잘잘못을 두고 예전처럼 주먹다짐을 하지 않는다. 보험회사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도 그 많은 싸움을 막아주는 착한 도구가 되어야 옳다. <에디터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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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 농훈 김성훈 교수(환경정의 이사장, 전 상지대 총장)가 최근 펴낸 책 이름이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들려주신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가 이제 자신 삶의 평생의 뜻과 버무려 세상에 돌려주었다.
 
 그는 농업의 큰 본디[大本]된 뜻과 생명의 힘을 쉬지 않고 농사지어왔다.

 거의 모두가 어려웠던 초등학교 시절, 7남매와 6.25전쟁으로 어버이 잃은 사촌 4남매 등 아이만 11명인 대가족 앞에 내놓은 삶은 고구마 한 소쿠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닥이 났다. 제 때 챙기지 못한 식구(食口)는 배를 곯아야 했고, 한 편에선 급히 먹느라 목이 메어 곤욕을 치르는 소동이 빚어졌다. 그 때 어머니의 말씀이 “얘들아,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였다.

 어찌 먹는 문제만일까? 농훈은 이 책 속의 같은 제목의 글에서 이 뜻을 ‘나누는 삶’으로 풀었다. 또 감투(지위)를 쓰는 사람의 마음자리에도 이렇게 이 뜻을 앉혔다. 

 ‘남을 생각하고 함께 나누는 삶 치고, 먼저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데서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어떤 자리(책임)를 맡았을 때는 미리 그만둘 때를 생각하고, 날마다 마음가짐을 잡도리해야 한다.’

 함께 사는 세상의 아름다운 뜻으로 뿐만 아니라 세상에 처하는 비책(秘策)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또 날씬해지려는 열망의 숙녀들에게 최적의 다이어트 방법일 것이며, 성인병을 벗고 싶은 중년들에게도 좌우명이 되어야 할 말씀이다.

 착한 먹거리를 필요한 양 만큼만 먹는 절제의 미덕은 당신을 건강하게 하고 병원비를 줄여줄 터다. 그 뿐인가? 환경운동에 나선 미국 정치가 엘 고어가 ‘기후변화’를 들어 제기한 명제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오래된 미래’를 아는가? 풍요롭지는 않지만 아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고, 친밀한 공동체적 삶 속에서 여성들과 아이들과 노인들이 존경받는 사회, 빈약한 자원에 기후 엄혹한 히말라야 고원 라다크 사람들의 검소한 생활양식에서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진실’을 본 생태운동가 헬레나 호지의 귀한 뜻이다. 그러나 과문(寡聞)의 탓이겠으되,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의 뜻과 다른 바를 필자는 ‘오래된 미래’에서 찾지 못 한다.

 기후변화의 그림자가 인류의 앞날에 드리워지고 있다. ‘침묵의 봄’은 예고편이었을 뿐이다. 해수면 상승과 빙하가 녹아내리는 상황을 본다. 오징어가 제 사는 곳을 서해로 옮겼다. 가뭄으로 사람들의 목이 타고 산불이 계속된다. 고온과 저온현상이 지구촌 여기저기를 짓누른다. 이에 적응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

 다만 예고된 재앙일 뿐이다. 그러나 ‘나’는 눈을 감았다. ‘어리석은 위정자’를 삿대질하여 면피하는 것으로 일을 삼았다. 아버지 부시가 어떻고, 아들 부시가 또 그랬고, MB는 또 어떻고 하는 한가한 얘기만으로 ‘나’는 어찌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으랴?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의 뜻을 진작 새겼어야 했다. 정치인들의 무지함은 이런 ‘나’들의 무절제에 토대를 둔 것 아니던가?

 국제적인 경제위기 때문에 ‘정의’는 잠시 선반에 올려 두자고하는 이도 있다. 이 경제위기가 자연을 약탈하는 개발의 무한질주에서 비롯된 것임을 외면하고, 이를 치유한다며 또 다른 ‘질주’를 벌이자고도 한다. 심지어는 ‘삽질’에 녹색 물감을 덧입히는 사기와 협잡이 횡행한다. ‘나’를 경계하지 않았기에 결국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어려운 상황을 당했을 때 좀 더 여유를 갖고 상황을 둘러 본 다음에 제대로 일어서야 한다는 뜻이겠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지구촌 전체가 공존의 터전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라는 지혜의 다방면의 성찰과 실천만으로 이는 가능하다. 현실성 없는 이상론에 불과하다고? 스스로를 바룰 생각 없이 ‘남’이,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탁월한 정책이나 산더미 예산도 다 공염불이다.

 ‘그린뉴딜’이 살 길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듯 그린은 석유 대신 바람과 햇빛으로 전기를 얻는 공장을 세우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본질에 대한 바른 생각의 회복과 이를 토대로 한 실천이 그린일 터다. 근검과 절약만으로도 발전소 서너 개가 생산하는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TV의 캠페인은 ‘허망한 정치선동’이 아니다.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는 우리의 삶이 잉태한 귀한 진리다. ‘나’부터 시작하여, 모든 이가 이를 기꺼워하고 몸소 실천하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 ‘사랑의 혁명’으로 이를 키워 온 세상을 기쁨으로 물결치게 하고 싶지 않는가. <에디터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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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외세의존 과중 영어인증시험...영어교육평가 주권 찾아야
외화낭비 초래하고 자생토종시험 뿌리내리기에도 걸림돌


 영어구사능력을 측정하는 영어인증시험의 외세(外勢) 의존이 과중해 외화 낭비를 부르고 국내에서 개발된 영어인증시험의 뿌리내리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영어교육계와 정치권 등이 영어교육평가부문의 ‘주권 회복’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오고는 있으나, 정부 기업 학교 등의 사대주의(事大主義)적 인식과 오랜 관행이 개선 움직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최근 각급 학교와 기업 등이 영어인증시험의 점수로 영어시험을 대체하는 추세다. 영어인증시험을 치르는 이들의 수가 급격이 늘고 있는 이유인데, 작년 한해 최소 3백만명 이상이 이런 시험을 치른 것으로 영어교육계는 추산한다. 한 사람이 한 시험에 여러 번 응시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증가추세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개발 영어인증시험인 토플(TOEFL)과 토익(TOEIC)을 비롯한 해외개발 시험이 국내 전체 영어인증시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 정도인 것으로 영어교육계는 보고 있다. 미국의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의 ‘대표상품’인 이 시험들 말고도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의 지-텔프(G-TELP), 영국 캠브리지대의 아이엘츠(IELTS) 등이 한국에서 시행되는 비중 있는 해외개발시험인데 이 중 토플과 토익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2백40만명 가량이 외국산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2007년 한해 한국의 토플 응시자 수는 12만4천여명이다. 토플 응시료는 170달러, 최근 시작한 성적우수자인증서 발급비는 추가로 40달러다. 환율에 따라 다르지만 30만원 가까운 돈이다. 2백만명 이상이 보는 토익 응시료는 3만9천원. 좋은 점수를 기대하며 여러 번 시험을 치르는 이도 많아 영어인증시험과 이를 대비한 학원 수강료, 책값 등 대학생들의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1인당 영어 관련 비용 65만원, 2008년 서울YMCA)되기도 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외국산 이 두 시험에만 한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천억원 이상이 나가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서울대가 개발한 시험 텝스(TEPS)를 시작으로 국내개발 영어인증시험 시대가 문을 연 지는 10여년. 그동안 토셀(TOSEL 국제토셀위원회 개발) 플렉스(FLEX 한국외대) 메이트(MATE 숙명여대) 펠트(PELT 한국외국어평가원) 이에스피티(ESPT 강남대) 테슬(TESL 한국평생교육평가원) 테포(TEFOW 테포연구원) 등 8개 시험이 영어인증시험 시장에 진출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이 시험들을 ‘토종영어인증시험’이라 부른다. 응시료는 2만~3만5천원 정도다. 

 이 시험들 중 텝스는 나름대로 선전, 홀로서기의 수준을 훨씬 상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토셀은 주관사인 교육방송(EBS)의 후광과 개발자의 지명도에 힘입어, 또 플렉스 메이트 이에스피티 등은 개발 대학의 힘을 등에 업는 등으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토셀과 펠트는 초중등학생들이 많이 보는 시험으로 정평을 얻고 있기도 하다.


 토종 시험들 중 일부는 응시자와 학부모, 교사 등 ‘시장’의 좋은 반응과 함께 영어교육계로부터도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일정 수준 토플 토익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고교와 대학, 기업체들이 이들 토종시험을 토플 토익과 함께 전형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텝스와 토셀 등은 한국에서의 경험과 평판을 토대로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어교육 1백년의 전통과 경험의 결실인데다 토플 토익 아니면 발붙일 엄두조차 못 내는 분위기에서 살아남은 시험이어서 외국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개발된 소위 토종시험의 우리나라 시장점유율은 25% 남짓에 불과하다. 일본은 60%, 중국은 95%, 대만은 75% 정도로 우리나라와 판이하다. 관계자들과 토종시험기관들은 우리 전문가들이 출제해 우리 실정에 맞고, 외국에 로열티를 전혀 내지 않는 국내개발시험이 왜 시장에서 해외개발시험에 맥을 못 추는지 안타까워한다.

 오래 시장을 독점해오다시피 한 미국 ETS의 ‘토플 토익 아성(牙城)’이 너무 크다는 점이 우선 그 이유로 지적된다. 한 관계자는 영어인증시험을 필요로 하는 학교 기업 기관 등 수요기관의 토플 토익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을 문제 삼았다. 굳이 해외개발시험이 아니어도 될 상황임에도 무조건 토플 토익 점수을 요구한다는 것. 최근 좀 달라지고는 있지만, 토종시험을 전형(銓衡)의 기준으로 삼으면 자기 기관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다.

 토플은 미국에 유학하려는 세계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대학에 그 점수를 제출해야 하는 시험이다. ‘좋은 시험’이기는 하지만, 미국유학과 관계없는 우리나라의 학교나 기업 등이 엄청나게 비싼 응시료와 불편를 부담해야 하는 이 시험의 점수를 왜 굳이 요구하느냐 하는 볼멘소리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국 응시자가 너무 많아 이를 물리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데서 생기는 불편과 불만도 적지 않다. 한때는 많은 응시자가 이 시험을 보기위해 일본원정에 나서야 하기도 했다.

 토익은 일본 대장성의 의뢰로 미국의 ETS가 만든 비즈니스 영어 시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많이 채택하고 있어 정작 이 시험 개발의 당사국 중 하나인 일본보다 응시자가 더 많다. 주로 한국과 일본사람들이 보는데 막상 미국에서는 이 시험의 존재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고, 이 시험 점수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거의 없다. 응시료 중 상당 부분이 로열티로 미국과 일본으로 흘러 나간다.

 결과적으로 미국 ETS의 고객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중요한 수입원일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측한다. 한국이 ETS를 먹여 살린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중요한 고객인 한국의 토플 응시자들이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응시자 규모에 맞는 인터넷 기반을 확보하지 않아 시험 중 접속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잦은 사고’도 그런 지적 중 하나다. ETS는 미국 대학과 대학원의 외국학생 전형을 위한 각종 영어시험을 연구 개발하는 민간기구다.

 일본에는 1963년부터 시행된 영어능력검정협회(STEP)의 영어인증시험 에이켄(EIKEN)이 국가적인 지원을 받으며 뿌리 내린지 오래다. 일본 내에서도 그렇지만 해외에서도 일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이 시험을 인정하는 학교가 6백개 이상이다. 토플 안 봐도 외국유학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이다. 중국은 1987년부터 정부가 직접 대학생용 영어인증시험인 씨이티(CET)를 운영하는데, 학사학위 취득 요건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필수적이며 중국진출 외국기업 등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자국시험이 해외시험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텝스 토셀 플렉스 등 토종시험들이 튼실한 문항개발과 변별력 연구 등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며, 머지않아 일본이나 중국의 토종시험이 그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토종시험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요기관과 수요자의 인식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한 시험기구의 관계자는 말했다. (사진 국제토셀위원회)

 관계자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학부모까지도 영어시험이라면 으레 토플 토익부터 연상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목적고인 S고 등의 경우 학생들에게 한해 3회 이상 토플이나 토익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기업 공기업 등의 토플 토익 ‘짝사랑’도 도를 넘는다. 각종 정부주도 자격시험도 토플과 토익 점수를 요구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텝스와 토셀 정도를 끼워 넣는 경우가 자주 보이기는 한다.

 이미 전개되고 있는 토종시험의 실상을 파악하고 각 조직의 필요에 맞는 시험에 관심을 가진다면 영어인증시험 시장의 왜곡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이미 정평 있는 몇몇 시험 간의 점수 환산이 가능한 상관표가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어 토종시험의 추가 채택에 따른 기술적 문제도 제거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토플 토익을 지금처럼 채택하더라도, 텝스 토셀 플렉스 등 우리 시험도 전형도구에 포함시켜 응시자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다는 방안이다.

 정계에서도 이 문제의 논의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관련 토론회를 열고 “일본과 중국은 국가 주도로 성공적으로 영어인증시험을 개발 시행해오고 있어 영어교육 부문에 환류(還流)효과를 내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토플과 토익에만 매달려 있어 문제”라고 정부에 개선을 촉구했다.

 교과부 추진 국가영어능력시험은 현재 문항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입시용도 외에도 중장기적으로 토익 대체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늦게나마 영어교육평가부문 주권회복의 첫 걸음을 떼고 있는 상황들로 파악할 수 있다. <에디터 강상헌>
 
[관련인터뷰] 토셀 개발자 이호열 국제토셀위원회 위원장
"우리 '토종' 영어인증시험의 자생력 생각보다 튼실합니다"


 “초등학생 중학생까지 미국 대학 수강을 위한 영어능력 측정시험인 토플이나 비즈니스 소통을 위한 영어능력을 재는 토익시험에 내몰리는 것을 영어교육계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게 여겼지요.”

 영어인증시험 토셀(TOSEL) 개발자인 국제토셀위원회 이호열 위원장(사진)은 토셀 토익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는 국제적 신인도의 시험 체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품고 전문가들을 모았다. 인기 토플학습서 <아카데미 토플>의 저자인 그는 ‘책의 인세와 관련 강의로 번 돈 수십억원’을 종잣돈으로 투자했다. 수능 출제 경력 교수들을 중심으로 연구 개발진을 구성했다. 난관 끝에 2004년 토셀시험이 태어났다.

 영어습득 수준 별로 5단계로 구분해, 어린이로부터 성인까지를 따로 테스트하는 것이어서 합리적인데다 내용이 우리 사정에 맞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험 주관사인 교육방송(EBS)과 함께 시험과 관련 강의를 진행하면서 먼저 학생 교사 학부모들의 관심의 표적이 됐고, 학교 기관 단체 등의 채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자생 영어인증시험 대부분은 이렇게 공교육의 자원 뿐 아니라 유별난 한국 사교육의 역동성까지가 투영된 결과물로 기존 시험에 비해 수요자 친화적이며, 시장 적응 과정에서 꼼꼼한 수정을 거쳐 ‘한국적 영어학습 환경’으로 정착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종시험의 대표 주자인 텝스는 전범(典範)으로 삼을만한 훌륭한 시험입니다. 나름대로의 굳건한 토대를 구축하고 있지요. 텝스의 격(格)을 토플이라 친다면 토셀은 토익 정도로 상정해 볼 수 있겠습니다만 토익보다 더 과학적인 시험이라 자부합니다. 우선은 어린 학생들이 토플 토익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뿌듯하고요.”

 몇몇 토종시험들이 높은 수준의 경쟁으로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나 공교육의 무관심 속에서 이뤄낸 이만한 성과는 ‘기적’이라 칭할 만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토종시험이라는 대안(代案)이 튼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도 토플 토익의 비중이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고 이 위원장은 걱정한다.


 “토셀의 경우 투자에 대한 시장의 응답은 아직 기대 이하입니다. 텝스를 제외한 다른 시험들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를 ‘독립운동’으로 여깁니다. 영어교육의 최종단계인 평가의 주권을 우리가 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념으로 밀고 나가면 수지(收支)도 시나브로 좋아지겠지요. 사회가 우리 토종시험들을 주목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영어망국론’까지 들먹여지는 과열에도 불구하고 토플 점수 등으로 따져본 한국의 영어실력은 실망스런 수준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 말글과 영어의 구조와 발음 등이 판이한 점도 영어 익히기에 어려운 점이지만, 생활에서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의 언어환경이 영어를 더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다.

 “영어의 필요성이나, 교역 등 대외의존도가 엄청난데도 얼핏 영어로 말 한마디 꺼냈다가는 ‘너 잘났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우리 사회의 이상한 이중성이 수정돼야 합니다. 자신감이 아직 성숙하지 못한 까닭일까요? 복거일 선생의 주장인 ‘영어 공용어 정책’과도 같은 과감하고 전향적인 방법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용이 아닌 영어TV방송을 도입해 영어생활환경을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이제 영어는 지구촌에서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도구랍니다.” <에디터 강상헌>

Posted by 인터뷰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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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와 ‘나라’를 합친 말인 ‘우리나라’는 사전에 ‘우리 한민족이 세운 나라를 스스로 이르는 말’이라 풀이되어 있습니다. 워낙 의미 깊고 자랑찬  말이기에 ‘우리’와 ‘나라’ 사이를 띄어 쓰지도 않습니다.

 우리나라, 나지막히 한번 읽어 보시지요. 기분이 좋아집니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걸고 눈물 흘리는 대목에서 이 말을 생각하면서 뜨거운 감격에 몸을 떨었던 생각이 납니다.

 ‘저희나라’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우리’를 낮춰 부르는 말입니다. 겸손(謙遜)의 뜻을 반영하는 대명사지요. 가령 할아버지에게 손자들이, 스승에게 제자들이 쓰는 말이지요. ‘저희나라’는 명백히 틀린 말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기분 나쁘게 하는 단어지요. 물론 사전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쓰다 망신을 당하곤 하는 ‘저희나라’가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지난해 신문에 난 것입니다. 국회에서 나온 발언을 말 그대로 옮긴 기사인데, 글쓴이는 아마 일부러 이렇게 적은 것 같습니다.

 ...그(한승수 국무총리)는 워싱턴포스트가 이명박 대통령을 ‘부시의 애완견’이라 비유한 것에 관해 "미국 언론은 굉장히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이기에 저희나라 대통령 뿐만 아니라 블레어, 고이즈미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어떤 의원이 명예훼손 등 대응 여부를 묻자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저희나라 신문에서 이상하게 표현하는 적이 있다. 이에 대해 대책을 취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우리나라 축구의 중요 인사 중 한 사람인 허정무 국가대표팀 감독의 ‘저희나라’ 타령도 참 안타깝지요. TV에 자주 나오는 인사들의 저희나라 어법은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배우 권상우 씨, 소녀시대의 유리 씨도 이 ‘저희나라’ 발언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인가요? 한화 한승연 회장도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저희나라 경제를 위해...’라고 해서, 심지어는 이명박 대통령도 작년 6월 쇠고기 문제 등 국정 전반에 관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특별 기자회견에서 ‘저희나라’라고 발언했다고 하여 네티즌들의 지적의 대상이 됐었지요. 또 같은 자리에서 ‘미국대통령께서’라고 얘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의 구설수(口舌數)의 표적이었고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의 ‘저희나라’ 국회발언도 유명합니다. 

 이 망신어법이 왜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 ‘윗물’도 쓰고, 대중의 우상인 연예인도 공석에서까지 쓰기 때문에 상당수 사람들이 무심코 활용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중을 상대로 부인 권양숙 씨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부인을 지칭해 ‘저희 집’이라 쓴 것은 어법에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 집’이라 한다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많이 어색하지요. 그는 ‘저희나라’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우리’와 ‘저희’는 정확하게 구분해서 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저희’라는 말을 차라리 쓰지 말자고 하기도 합니다. 비단 격조 높은 겸손을 표시하려는 의도에서라도 ‘우리’라는 말로서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지요. 영어 등 다른 나라의 어법을 봐도 그렇습니다. 이런 혼선을 담보하면서까지 ‘저희’를 ‘모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랍니다. 아예 ‘우리’로서 ‘저희’까지를 다 의미하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저희’로서 ‘우리’를 겸양(謙讓)하는 언어적 미덕은 참 고우나, 우리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그 구분과 정확한 사용법에 익숙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번지고 있는 씁쓸한 자기비하를 크게 경계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끼리 얘기하면서, 또 우리나라 방송에 나온 사람들끼리 ‘저희나라’ 타령은 블랙코미디일 수밖에요. 그 ‘저희나라’의 저희에는 필자도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는 결코 그들과 한 동아리가 되어 ‘우리나라’를 비하하거나 겸양할 의사가 없습니다.

 언어는 곧 생각을 담는 그릇이며 틀입니다. 그 그릇이, 틀이 못생겼다면 거기에 담기는 문화 또한 반듯하기를 기대할 수 없지요. 문화적으로 성숙한 사회, 심신이 튼실한 나라를 위해서는 언어가 바로 서야 합니다. 영어에는 모든 것을 다 걸면서 우리 말글에는 소홀한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인 ‘저희나라’가 언제나 사라질지 함께 걱정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에디터 강상헌>

Posted by 인터뷰선데이